미드나이트 스카이, 삶의 끝에서 바라보는 한밤중의 하늘은 어떤 색일까

 

생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사람, 그리고 지구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대기가 오염되어 생존할 수 없는 지구의 한 노인, 어거스틴이 있다. 그는 말기 암 환자이며 북극 기지의 연구원이다. 시한부 삶인 그와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바뀌어가는 지구는 사뭇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거스틴은 대피하는 대신 북극 기지에 잔존을 희망한다. 우주 개척 임무를 맡은 탐사선, 에테르호 대원들에게 희망 없는 지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들은 곧 죽음의 행성으로 바뀔 지구로 돌아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2049년 2월. 영화 속에서는 현재로부터 약 25년 후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텅 빈 기지 안을 돌아다니다가 식당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다. 누군가 먹다 남은 시리얼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서둘러 화재를 진압해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주저앉은 어거스틴의 앞에 작은 소녀가 마주 앉아있다. 미아가 된 소녀를 대신하여 앞서 떠난 대피선과 통신을 시도하였지만 대피선에서는 응답이 없다.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녀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이리스 꽃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리스라는 이름으로 부르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하젠 호수 기지로 가야 한다

대기 오염이 북극 기지까지 점점 더 퍼져 오고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할 소녀를 위해 오염이 아직 닿지 않은 하젠 호수 기지로 대피를 시작한다. 눈보라를 뚫고 힘겨운 행군을 하는 도중 잠을 자기 위해 버려진 컨테이너 박스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잠자는 것도 잠시 턱 밑까지 차오른 북극의 물에 잠을 깬다. 얼음 바닥이 깨져 컨테이너와 함께 가라앉는 중이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생명은 구했지만 모든 장비와 아이템이 술 속에 잠겨버리고 만다. 하지만 어거스틴과 아이리스는 눈보라 속에 서로 의지하며 버텨내고 하젠 호수 기지에 도착하게 된다.

에테르호 들리나요

한편, 지구에 다가온 에테르호는 스페이스 데브리에 충돌하게 되어 문제를 겪게 되고 지구와 통신도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겨우 다가온 고향 행성 지구의 모습은 황폐한 대기층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푸르른 지구가 아님에 모든 대원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하젠 호수 기지로 대피한 어거스틴과 통신이 재개되고 어거스틴은 지하 빼고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임을 에테르호에 전하게 된다.

이제야 만납니다

어거스틴은 젊은 시절 인류의 우주 이전 계획을 연구했던 우주 개척의 선구자였다. 하지만 그는 가족은 돌보지 못한 남편이었고 젊은 시절 아내와 헤어지면서 얼굴조차 보지 못한 딸이 바로 에테르호의 승무원 아이리스였음을 회상한다. 바로 그 딸과 어거스틴은 통신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어거스틴은 딸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붙잡고 지구의 마지막 상황을 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어거스틴이 전한 소식에 에테르호 대원중 지구에 가족이 있는 승무원 두 명은 지구로 복귀하고 딸 아이리스와 나머지 승무원은 우주 식민지로 돌아가게 된다.

눈물로 쓴 마지막 이야기

어거스틴이 아버지인지 모르는 딸 아이리스는 어거스틴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 어거스틴은 회한의 눈물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 눈물을 끝으로 함께 역경을 디뎌낸 소녀 아이리스 또한 사라진다. 그녀는 어거스틴이 만들어낸 환영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젊은 시절 어린 딸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영이었을까.

 

담담한 삶의 이야기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담담한 어조로 삶의 끝을, 그리고 지구의 종말을 써 내려간다. 특별한 기교도 없이 큰 감정의 기복도 없이, 큰 기쁨과 슬픔도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너무나도 큰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담담하게 현실에 마주하는 어거스틴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이 겹쳐 보인다.